♡♡♡/시인의 시

시인이 되려면 / 천양희

꿍이와 엄지검지 2014. 9. 23. 16:10

 

 

 

 

 

시인이 되려면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새벽하늘의 견명성(見明星)같이

밤에도 자지 않는 새같이

잘 때에도 눈뜨고 자는 물고기같이

몸 안에 얼음세포를 가진 나무같이

첫 꽃을 피우려고 25년 기다리는 사막만년청풀같이

1킬로그램의 꿀을 위해 560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같이

성충이 되려고 25번 허물 벗는 하루살이같이

얼음구멍을 찾는 돌고래같이

하루에도 70만번씩 철썩이는 파도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백석의 시〈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