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홍학기>
비탈에 서서
김영주
사십이 점 일구오 마라톤을 뛰다가
내리막 비탈에서 잠시 숨을 골라본다
무얼까 말로 다 못할
반쯤 남은 물컵 같은
길은 늘 저 만큼쯤 앞서서 달려갔고
가보면 답 있을까 무작정 따랐지만
가다가 아니다 싶어도 되돌릴 수 없었다
지나온 길목마다
놓았거나 혹은 놓친
내게서 떠난 씨앗 뿌리는 내렸을까
돌부리 무성한 땅에서 숨은 쉬고 있을까
대문 없는 울타리 밑 외따로 핀 도라지꽃
쌀쌀한 바람 앞에 몸을 맡기고 서있다
철지난 옷을 걸치고 길을 나선 여자처럼
<<시조시학>> 201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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