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
- 김영주(1959~ )
민달팽이 일보 일배 해탈문을 나섭니다
저 한 몸 달랑 들어갈
걸망 하나 지고 가다가
아니다
이 집도 크다
다 버리고
갑니다
저 한 몸 달랑 들어갈
걸망 하나 지고 가다가
아니다
이 집도 크다
다 버리고
갑니다
탁발 나가는 수도승처럼 아무런 장식도 화려한 수사도 없는 시다.
민달팽이처럼 걸망마저 버리고 걸음마다 대지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삶은 얼마나 숙연한가.
십자로에서 대지에 키스하며 회개하던 라스콜니코프처럼 다 비우는 마음은 얼마나 상서로운가.
오직 감사와 겸손이 전부인 삶은 얼마나 복된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