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손증호 시인의 시집 <<불쑥>>

꿍이와 엄지검지 2017. 1. 25. 16:47



수평선

 

손증호

 

맑았다 흐렸다 뒤채는 입방아에도

 

위아래 굳게 다문 그 입술 참 무겁다

 

그렇지!

 

사내의 속내

 

저 정도는 돼야지.

 

 

팔자가 좋다

 

손증호

 

          중

        국인이

       아니라도

   팔자가 나는 좋다

       유난스레

        잘록한

          

          여자

        팔자허리

       통! 통! 통!

    튀어오를 것 같은

        팔자가 참

           좋다.

 

 

갑중의 갑

 

손증호

 

철갑 기갑 막강해도 돈지갑 어찌 당할까

 

산 사람 홀리고 귀신까지 움직이는

 

요상한 지갑이야말로 갑중의 갑 분명하다.

 

 

낯가죽

 

손증호

 

삼중 면도날에 삼중으로 베였다고

 

작은놈 피 흘리며 면도칼에 화풀이다

 

낯가죽 두껍지 못한 제 잘못인 줄 모르고

 

 

화상전화

 

손증호

 

뜨겁다, 그놈의 전화 날것으로 와 닿는

 

축지법이 별거냐며 불쑥불쑥 들이대는

 

그 앞엔 숨을 곳 없다

 

꼼짝 마라, 손 증 호

 

 

<<불쑥>>  2016  알토란북스

 

 

 

손증호 시인의 단시조집.

그림이 선명하다.

구와 구 댓구가 분명하고 형식을 위해 억지로 잘라내거나 덧붙이지 않아 자연스럽고 읽기도 편하다.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의 답을 주시는 시인의 재치에 늘 탄복하곤 한다.

- 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