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 찾기
김영철
호박 넝쿨 앞에 서면
언제나 술래입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숨마저 꾹 참으며
끝끝내 안 들키려는
친구들을 찾습니다.
분명히 훑었는데
아까 본 그 자리에
땅에서 솟았는지
살진 모습이 곱습니다.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아이 몇은 남습니다.
다른 것 한 가지
김영철
공을 차던 두리가
떼굴떼굴 구릅니다
어디에 맞았느냐고
묻지도 못합니다.
남자만
가진 거라고
숨만 헐떡입니다.
피구를 하던 하나가
털썩 주저 앉습니다.
얼마만큼 아프냐고
만질 수도 없습니다.
여자만 부푼 거라고
웅크리고 있습니다.
'
골대
김영철
함께 쓰는 양변기의 예쁜 엉덩이 받침대
서서 쏠 땐
반드시
반듯이 세워야지
아무리 슈팅을 잘해도 골이 안 될 때 있으니까!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 2015 황금알
김영철 시인의 동시조집이다.
김영철 시인은 구금자 시인과 함께 글을 쓰는 부부시인인데 사는 게 시(詩)고 동심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가꾸며 사니 호박이 숨바꼭질 하는 모습이 눈에 본듯 선하다.
내 어릴 적 고향집도 시골은 아니지만 앞 마당이 넓어서 텃밭을 제법 가꾸며 살았기에
저 호박이란 녀석이 꽁꽁 잘도 숨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늙은 호박이 되어 나타나는 일을 종종 경험해 안다.
<다른 것 한 가지>에서 두 성징을 그려낸 정황이 재밌다.
반드시와 반듯이의 말맛이 재미난 <골대>
암 그렇지, 골대는 반드시 <반듯이> 세운 후에 슈팅을 해야 엄마한테 혼나지 않지.. 암.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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