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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시인의 시집 <<앵통하다 봄>> - 시인동네

꿍이와 엄지검지 2017. 1. 23. 15:11


 

 

 

시인의 말

 

임성구

 

누군가가 유기해서

척박한 땅에 자라난

못생긴 내 자식들아

네 진한 향기를 열어

신나게 고함치거라

파란만장을

웃게 하라

 

2015년 어느 앵통한 봄에서 다시 봄까지

임성구

 

 

토란잎 우산

 

임성구

 

먼지 풀풀 날리며 빨간 버스 지나간다

차 허리 탁탁 치며 안내양이 오라~이

한 줄기 흙 비린내 날린 소나기도 오라~이

 

닫힌 문이 열리자 쏟아지는 정든 얼굴들

파란 철재 교문 위로 넘어오는 종소리에

황톳빛 발걸음들이 다급하게 달려갔던

 

단벌 운동화도 그 땐 마냥 좋았었지

버드나무 옛 정류장 만삭의 배 내밀듯이

토란잎 꺾어 든 아이들 총총히 몰려왔다

 

 

 

 

앵통하다, 봄

 

임성구

 

우물가 앵두나무가 뽑히던  컴컴한 봄

꽃의 대중들은 못 들은 척 고개 돌린 채

잘났다 제 잘났다고 빨갛게들 떠든다

 

앵두 젖 훔쳐 먹은 달콤한 올가미들

순해서 더 푸른 달아 기도문만 외지 마라

운주사 석가모니는 왜 여직 주무시나

 

바들바들 떨며 진 한 송이 사람의 집

온ㅁ봄이 녹아내린 식초 같은 절규인 양

화구구(火口丘) 앵두꽃무덤에는 재 냄새가 진동한다

 

 

아니 기쁩니까?

 

임성구

 

나누는 데 눈치 서로 볼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차가운 내 손 위에 더운 네 손 얹어주듯

 

마음에 꽃 하나씩 올리며

아껴주고

안아주고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

 

임성구

 

갓길에 핀

풋 찔레꽃도

 

울음 매우

따뜻했네

 

가슴을 다

도려내놓고

 

빛 한 줌

들이기까지

 

우주를

오래 에돌아 와서

 

참회 눈물로

벙그네

 

<<앵통하다 봄>>  2015  시인동네

 

 

 누가 또 시인을 아프게 했나보다.

 

<자학과 자존의 굴레>라고  해설에서도 밝혔듯

밖에서 얻은 상처도 스스로 낸 것인 양 자신의 깊은 한숨으로 씻어내는 시인.  

그래서 시인은  스스로 상처에 깁스나 붕대를 감지 않는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긍정적인 살성을 갖고 있다.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

 

내게도 이런 긴 제목의 시가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집행 방해죄 - 22자네..)

딱 그 제목 만큼 서럽고, 외롭고, 인정머리 없는 크기의 죄목을 대신할 말이 없어서다.


서른 네 자에 말줄임표 여섯 개까지 하면 마흔 자.

거의 단시조 한 수의 분량이다.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그 어떤 말로 대신하랴.

- 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