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임성구
누군가가 유기해서
척박한 땅에 자라난
못생긴 내 자식들아
네 진한 향기를 열어
신나게 고함치거라
파란만장을
웃게 하라
2015년 어느 앵통한 봄에서 다시 봄까지
임성구
토란잎 우산
임성구
먼지 풀풀 날리며 빨간 버스 지나간다
차 허리 탁탁 치며 안내양이 오라~이
한 줄기 흙 비린내 날린 소나기도 오라~이
닫힌 문이 열리자 쏟아지는 정든 얼굴들
파란 철재 교문 위로 넘어오는 종소리에
황톳빛 발걸음들이 다급하게 달려갔던
단벌 운동화도 그 땐 마냥 좋았었지
버드나무 옛 정류장 만삭의 배 내밀듯이
토란잎 꺾어 든 아이들 총총히 몰려왔다
앵통하다, 봄
임성구
우물가 앵두나무가 뽑히던 컴컴한 봄
꽃의 대중들은 못 들은 척 고개 돌린 채
잘났다 제 잘났다고 빨갛게들 떠든다
앵두 젖 훔쳐 먹은 달콤한 올가미들
순해서 더 푸른 달아 기도문만 외지 마라
운주사 석가모니는 왜 여직 주무시나
바들바들 떨며 진 한 송이 사람의 집
온ㅁ봄이 녹아내린 식초 같은 절규인 양
화구구(火口丘) 앵두꽃무덤에는 재 냄새가 진동한다
아니 기쁩니까?
임성구
나누는 데 눈치 서로 볼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차가운 내 손 위에 더운 네 손 얹어주듯
마음에 꽃 하나씩 올리며
아껴주고
안아주고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
임성구
갓길에 핀
풋 찔레꽃도
울음 매우
따뜻했네
가슴을 다
도려내놓고
빛 한 줌
들이기까지
우주를
오래 에돌아 와서
참회 눈물로
벙그네
<<앵통하다 봄>> 2015 시인동네
누가 또 시인을 아프게 했나보다.
<자학과 자존의 굴레>라고 해설에서도 밝혔듯
밖에서 얻은 상처도 스스로 낸 것인 양 자신의 깊은 한숨으로 씻어내는 시인.
그래서 시인은 스스로 상처에 깁스나 붕대를 감지 않는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긍정적인 살성을 갖고 있다.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
내게도 이런 긴 제목의 시가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집행 방해죄 - 22자네..)
딱 그 제목 만큼 서럽고, 외롭고, 인정머리 없는 크기의 죄목을 대신할 말이 없어서다.
서른 네 자에 말줄임표 여섯 개까지 하면 마흔 자.
거의 단시조 한 수의 분량이다.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그 어떤 말로 대신하랴.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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