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톡, 부러지네
이종문
곧장
땅에 누워
땅이 될
할머니가
땅에다
지팡이 짚고
땅을 밟고
버티면서
그 땅과 맞장 뜨는데
지팡이 톡,
부러지네
'위험'에다 발을 딛고
이종문
'지뢰'나
'위험'같은
낱말들을 알 리 없다
물총이나
쏘며 노는
저 천진한 물총새는
'지뢰밭
위험' 표시도
그 물론 알 리 없다
하여
저 강물을
이글이글 싸지르는
미치고 환장할 놀, 그 불티에 취해 있다
'지뢰밭 위험' 표시의
'위험'에다
발을
딛고
세상에!
이종문
그것참
희한하네
그 조그만 구멍에서
앞발이 나오더니
몸뚱이가 나오더니
뒷발이 빠져나오니
송아지네
세상에!
이윽고
그 송아지
뒤뚱뒤뚱 일어나서
거기가 거긴 줄을
대체 어찌 알았는지
어미의 젖꼭지 물고
젖을 빠네
세상에!
니가 와 그카노 니가?
- 민달팽이 하시는 말
이종문
니가 하마터면 날 밟을 뻔 하고서는 엄마아~ 비명 치
며 아예 뒤로 넘어가데
죽어도 내가 죽는데 니가 와 그 카노 니가?
아 이거야 나 원 젠장!
이종문
끈 떨어진 옛 친구에게 시집 한 권 붙이려고 근무하는
회사에다 전화를 걸었더니, 녹음된 코맹맹이의 아가씨
가 나온다
뭐는 1번, 뭐는 2번, 뭐는 3번, 뭐는 4번, 5.6번,
7.8번은 제 각각 뭐라는데, 몇 번을 눌러야 할지 도무
지 모르겠다
3번을 눌렀더니 4번으로 하라 하고 4번을 눌렀더니 7
번으로 하라기에, 전화를 다시 걸어서 7번으로 눌렀다
7번 아가씨에게 연락처를 물었더니 개인정보 보호법
에 어긋나는 일이라서, 가르쳐 줄 수 없단다, 아 이거야
나 원 젠장!
<<아버지가 서 계시네>> 2016 황금알
시, 재미있어야 읽는다. 시집, 재미있어야 읽는다.
시인의 저 능청을 어디에 견줄까.
선생님의 시조는 항상 그 자리가 바로 우주만물의 중심이다.
마흔 다섯 자의 우주 안에 "!" 느낌표 하나로 정적(靜寂)을 만든다.
엉뚱발랄하시면서도 훈장님의 품격을 잃지 않으시는 시인.
-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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