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 소망 우체통
최재남
간절곶 언덕에는
그리움 모여 산다
길도 없는 바다 쪽으로 문을 연 우체통과
오늘도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온 편지 한 통
지우고 다시 쓰고
수평선이 다 닳아도
속이 하얀 박제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칼바람 흩고 간 자리 발자국만 어지러운
모녀는 빨간 우체통에
또 편지를 부친다
우체부가 팔을 걷고 바닷길을 여는 동안
파도는 속을 감춘 채 신열 몰래 앓는다
*간절곶에는 일본에서 신라왕과 아우를 구하고 대신 죽은 박제상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모녀상이 있다
하늘타리
최재남
시집 온지 오 년인데
흐엉은 아이가 없어요
밤마다 밧줄을 엮어
하늘로 던지지만
달님이 글쎄 달님이
잡아주지 않아요
소낙비
최재남
온다던 그대 못 오고
먹구름 대신 보내
창문만 쓰다듬다
돌아서며 쏟는 통곡
빈 가슴
움푹 파놓고
고이지도
못하는,
- 최재남의 시조집 <<바람의 근성>> - 목언예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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