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최재남 시인의 시집 <<바람의 근성>>

꿍이와 엄지검지 2017. 2. 27. 16:45

 

 

간절곶* 소망 우체통

 

최재남

 

간절곶 언덕에는

그리움 모여 산다

길도 없는 바다 쪽으로 문을 연 우체통과

오늘도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온 편지 한 통

 

지우고 다시 쓰고

수평선이 다 닳아도

속이 하얀 박제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칼바람 흩고 간 자리 발자국만 어지러운

 

모녀는 빨간 우체통에

또 편지를 부친다

우체부가 팔을 걷고 바닷길을 여는 동안

파도는 속을 감춘 채 신열 몰래 앓는다

 

*간절곶에는 일본에서 신라왕과 아우를 구하고 대신 죽은 박제상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모녀상이 있다

 

 

하늘타리

 

최재남

 

시집 온지 오 년인데

흐엉은 아이가 없어요

 

밤마다 밧줄을 엮어

하늘로 던지지만

 

달님이 글쎄 달님이

잡아주지 않아요

 

 

소낙비

 

최재남

 

온다던 그대 못 오고

먹구름  대신 보내

 

창문만 쓰다듬다

돌아서며 쏟는 통곡

 

빈 가슴

움푹 파놓고

고이지도

못하는,

 

- 최재남의 시조집 <<바람의 근성>>  - 목언예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