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2. 10:00
http://blog.naver.com/dongsi-nanum/220890867406
●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 완료작
학교에 간 귀뚜라미 외 2편
김 영 주
복도 끝 창고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쓰쓰쓰쓸
쓰쓰쓰쓸
어떻게 들어갔을까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데
2교시 끝나고 가도
쓰쓰쓰쓸
3교시 끝나고 가도
쓰쓰쓰쓸
발자국 소리에
더 크게 우는 귀뚜라미
먹을 것도 없을 텐데
쓰쓸쓰쓸
집에도 못 가고
쓰쓸쓰쓸
숨어 있는 걸까
갇혀 있는 걸까
녹슨 창고 문 안 쪽에서
이제는 배도 고프다고
쓰쓰쓰쓸쓸
가슴이 아픈 나무
칠십 살 먹은 소나무가
속이 다 썩어 부서져
시멘트 반죽을 채워 넣었다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을 텐데
그래서 하늘로 올라갈 꿈을 꾸며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을 텐데
가슴이 콱 막힌 저 나무는
무거워서 어떻게 하늘로 올라갈까
잃어버린 나이테는
어떻게 찾을까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엄마 할머니와 딸 할머니
아빠 할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가
텔레비전 속에서 부둥켜안고 웁니다
딱 보아도 할머니 아들이고
딱 보아도 할아버지 딸입니다
저렇게 붕어빵처럼 똑 닮은 얼굴들이
머리칼 하얘지도록
허리 꼬부라지도록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살았다니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살아야 한다니
육십오 년 만에 만나 이틀 만에 헤어집니다
TV 앞에 앉아서 지켜보는 가족들이
멀리 가버릴까 봐
다신 볼 수 없을까 봐
곁에 있는데도 보고 싶어집니다
울지 않은 척 딴청을 피우는
맹맹한 코끝이 빨갛습니다
●신인 추천 완료 소감
참 어렵지만
김 영 주
동시, 참 어렵습니다.
써 놓고 보면 이게 아니고, 고쳐 놓고 보면 또 저게 아닙니다.
짓지 않고도, 만들지 않고도, 그냥 쓰면 시가 되었던 동심,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을 텐데
그 시간을 건너왔으면서도 오롯이 그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
이리도 어렵습니다.
오늘은,
꾸미지 않고
조미료 치지 않고
묵히고 삭힌 동심을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을지
정말 그럴 수 있을지 스스로 다짐하는 바로 그 첫!
날입니다.
동시, 참 어렵지만 한번 써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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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주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으며, 2009년 <유심> 신인상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미안하다, 달』, 『오리야 날아라』, 『뉘엿뉘엿』 등이 있다. 2016년 <푸른동시놀이터>에 동시 ‘학교에 간 귀뚜라미’ 외 4편으로 신인 추천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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