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물의 내력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21. 6. 7. 08:35

물의 내력

 

김영주

 

장마 끝에 화단에 웅덩이가 생겼다

발끝으로 골을 내니 순하게 따라온다

큰물에 다다른 물도 맨처음은 그랬으리

 

저토록 착한 물도 화가 나면 무섭다

방울방울 바위를 깨고

조곤조곤 쇠를 녹인다

거대한 물의 포효는 무릎을 꿇게 한다

 

물이 물을 끌고 유장하게 흐른다

혁명을 외치지도 거스르지도 않지만

역사를 곧추세우는

저 장구한 물의 힘!

 

<<불교문예>> 2020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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