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마지막 편지 / 홍성란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1. 10. 13:15

 

 

 

구절초는 꽃대 하나에 꽃 하나만 피운대요

 

  꽃대 하나에 하얀 꽃 한 송이만 피운다고 귓바퀴에 꽂아주며 엄마는

웃었지요 시월하늘 구름도 구절초 꽃처럼 하얀 날 스물일곱 주방아줌

마는 짧은 편지 써놓고 아무도 모르게 먼저 갔대요

  '먼저 가서 미안해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프다는데도 사주지 못해 미

안해 우리 환이 우리 송이 사랑해 사랑해' 나는 괜찮은데 배고파도 참

을 줄 아는데 발이 아프면 뒤축을 꺾어 신으면 되는데

 

  구절초 꽃대 하나엔 꽃 하나만 핀대요

 

 

              - 홍성란, <마지막 편지> 전문

'♡♡♡ >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0) 2009.11.10
행복론 / 유자효  (0) 2009.11.10
시 창작 강의실에서 / 정일근  (0) 2009.06.05
상사 / 김남조  (0) 2009.06.05
운주사에서 / 이명수  (0) 200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