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메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 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전문
'♡♡♡ >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의 무게 / 홍사성 (0) | 2009.12.20 |
---|---|
외딴집 / 홍성운 (0) | 2009.12.20 |
인동초(忍冬草) 2 / 오승철 (0) | 2009.12.20 |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0) | 2009.12.20 |
"응" / 문정희 (0) | 2009.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