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외딴집 / 홍성운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2. 20. 09:32

 

 

누가 살아서

지붕에 고추를 말리시나

큰 길이 뚫리기 전, 아는 이도 없었을 집

흉년 든

어느 해인가

그냥 밭에 눌러앉았을

 

요즘 들어 울담에는 애호박도 보인다

털다 만 깻단들이

마당에 수북한 날

"계세요?"

"누구 계세요?"

인사라도 하고 싶다

 

정작 반세기 동안 이웃 없이 지내서

말문이 닫혔다면 이 가을엔 여시라!

불임의 먹감나무가

해거리 끝에

땡감 달듯이

 

 

              -홍성운, <외딴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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