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아서
지붕에 고추를 말리시나
큰 길이 뚫리기 전, 아는 이도 없었을 집
흉년 든
어느 해인가
그냥 밭에 눌러앉았을
요즘 들어 울담에는 애호박도 보인다
털다 만 깻단들이
마당에 수북한 날
"계세요?"
"누구 계세요?"
인사라도 하고 싶다
정작 반세기 동안 이웃 없이 지내서
말문이 닫혔다면 이 가을엔 여시라!
불임의 먹감나무가
해거리 끝에
땡감 달듯이
-홍성운, <외딴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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