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이력을 질펀하게 풀어내며
여린 마음 한쪽이 구두 뒤를 따라 간다
모퉁이 닳은 그 만큼 어깨 기울어진 채로
차례를 기다리는 구두의 표정들
발을 안아 모은 채 묵묵히 걸어온
구비 진 길의 지경이 넌짓넌짓 보인다
힘든 삶도 족적은 진실하게 남겨라
닳아빠진 저 밑창 상처 난 자국까지
겪어온 길의 아픔을 다 기울 순 없다해도
미지(未知)의 세계를 바람은 돌아오고
길은 끝닿을 듯 시작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구두를 고치며 길의 굴곡을 본다
- 박옥위, <오래 신은 구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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