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몸국 / 손세실리아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2. 20. 09:42

  몸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암록색 해조류인 몸말에요 남쪽 어느 섬

에서는 그것으로 국을 끓여내는데요 모자반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왜 몸이라 하는지 사람 먹는 음식에 하필이면 몸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

지 먹어보면 절로 알아진다는데요 단, 뒤엉켜 배지근해진 몸의 몸 설설 끓

는 몸들이 당신을 빤히 올려다보거든 시선을 얼른 피하셔야한다는데요 십

중팔구 속내 도둑맞을 테고 늑골 마구 결릴 테니까요 몸이 몸을 먹는 일

한 외로움이 한 외로움을 먹어치우는 일 그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

요 사실은 울컥하기도 경건하기도 한 의식이잖아요 것 봐요 내 뭐랬어요

주의하랬잖아요 생각이 예까지 이른 걸 보니 그새 몹쓸 몸에 제압당한 게

분명해요 몸이 화두가 된 게 확실해요 사랑을 폐한 게 틀림없어요

 

 식어 뻣뻣해진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당신 쯧쯧 울고 있군요 그러

고보니 당신 몸국을 시키기 전부터 그것의 유래를 몸소 알고 계셨던 게로

군요

 

- 손세실리아, <몸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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