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반듯하다 / 박철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2. 20. 09:49

- 후배 K에게

 

 

 

나도 이제 한마디 거들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한 마디 하마

시를 쓰려거든 반듯하게 쓰자

곧거나 참되게 쓰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앞에 설 때

우뚝하니,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멋쩍어서

일부러, 어거지로, 더욱 어색하게

셔터가 울리길 기다리며 몸을 움직인다

말 그대로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듯하게 서자

촌스럽게, 어색하게, 부끄럽게

뻣뻣하게 서서 수줍으면 좀 어떠랴

이런 말 저런 이름 끌어다 얼기설기 엮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닌 모션 취하지 말고

그냥 반듯하고 쉽게 쓰자

 

- 박철, <반듯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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