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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완영의 `이승의 등불`에서

꿍이와 엄지검지 2011. 1. 5. 10:22

   一歸何處

                     정완영



나뭇잎 물들기 전에 바람 먼저 물이 들고


낙엽이 지기 전에 하늘이 먼저 떨어진다


가을은 天下秋라거니, 다 거두어 어딜 가나.

 

 

"이승의 등불" 은 정 선생님이 83세 되는 2001에 출판하였다. 경주에서 영남시조문학회에서 초청하여 밤늦도록 말씀도 듣고

조동화 시인의 집에가시어 당호를 정해주시고 또 밤깊도록 말씀을 하셨다.

그 때 말씀이  5년에 책을 한번씩 출간하다면 이 책이 내 생전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제목도 이승의 등불이며 서문을 '이승의 등불'로 대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완영 시인은 80년대 초에 (81년인가 82년년) 안강 조주환 선생님 댁에서 머물다 가신 적이 있었다. 영남시조문학회에 오셨을 때 조주환선생님께서 평원석의 보고인 칠평천이 있는 안강으로 모셔온 것이다.

나는 그 때 시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때 들은 말씀들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시가 좋아서 깨물고 싶고 너무 좋아서 암송을 하셨다. 밤새도록 시조들을 암송하시고 또 정수동 등의 해학적인 이야기도 끝이 없으셨다.

1986년에 졸작 '왕피천에서'를 정완영 선생님으로부터 시조문학 초회천을 받은 것을 평생 잊지 않고 있다.

백수 정완영의 시조를 좋아한다.

한때 자유시를 의식하여 시조도 읽기 위한 시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시조의 형식을 많이 파괴하고 심지어 사설시조로 나가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풍조마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호우 시인이 평시조 단형시조처럼  단형시조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초정 김상옥도 시집 '느티나무의 말'에서 기존자신의 작품을 무두 폐기한다고 하면서 각장을 모두 3행으로 배행한 단형시조로만 펴낸 바 있다.

 

시가 산문과 다른 점은 운율이 있고 음악성이 있는 것이다.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시를 읽어보면 암기하기도 좋다. 그러면서도 대구, 대조의 형식이며 인생을 관조한 생의 깊은 뿌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생의 깊은 밑바닥을 쉽게, 그것도 고도의 수사학을 동원하면서도 쉽게 이해가도록 쓸 수 있다는 것은 후일에도 시조시인이라면 영원히 기억될 것이 아닌가  추측도 해본다. 독자가 없는 시란 죽은 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며 음악성이며 시 전체적인 구성에서 시어를 갈고 다듬는 것은 거의 천의무봉의 천재시인으로 생각한다.

시조를 연구하여 그 깊이가 깊어진 사람일수록 백수 선생님의 시를 다시금 돌아보는 것을 보았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백수의 시를 '백수풍"으로만 생각하고 마는 면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시조를 배우는 사람에게 가히 사표가 될 만한 분이라 생각한다.

 

시조의 음악성을 가볍게 여기고 읽는 시만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시를 보면, 3장 6구라는 시조 형식의 기본적인 보법도 무시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볼 수 있다.

구의 개념을 파괴한 시조가 요즘 너무나 많다. 반성해햐 할 첫번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를 파괴한 시들의 예들은 별도로 한번 정리하여 말을 해볼까 한다.

 

출처 : 맥시조문학회
글쓴이 : 가산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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