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Dica시

[스크랩] 제1회 <운천디카시> 공모전 입선작입니다

꿍이와 엄지검지 2013. 5. 21. 14:38

 

 

 

못다한 이야기 / 문정현 (최우수)

 

거기까지만도 잘했고

얼마나 다행이냐고 박수 보내고 싶다.

 

아파트 옆 길모퉁이

헝클어진 머리카락같이

들꽃처럼 살아가지만

 

내 너의 앞날을 꽤나 빌었다

너만큼은 울울창창하라고

 

 

 

 

 

길 / 문현빈(우수)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길

하지만 가기 시작하면

끝없이 올라가는 길

그 길을 가고 싶은 나

나와 그 길 사이에

알 수 없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미쁜 흐노니 / 박세용(우수)

 

점점 조용해진다.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던

이들은 이제 사라지고

점점 조용해진다.

언제 다시 시끄러워 질까?

 

* 진실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순 우리말

 

 

 

수요집회 / 공수현(우수)

 

모두가 숨을 죽였고, 한 마음이 되어 외쳤다.

천 번이 넘는 외침에도 그들의 눈과 귀는 열리지 않는다.

태극기가 울부짖는다.

그들의 점뿐인 국기를 향해 울음을 토해낸다.

우리의 역사, 우리의 한

오늘도 수요일의 외침은 끝나지 않는다

 

 

 

 

 

빗방울 / 안성웅(우수)

 

먹구름에서 내려와

유리창에 닿자마자

터져버린대도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수백 번, 수천 번

비가 되어 내리고 싶다,

 

 

 

 

 

그림자 / 임하나 (우수)

 

길 위에

나무 그림자

투명한 햇빛이 만든

검정색 흔적

나무가 만든

나무보다 큰 흔적

 

 

 

말없는 친구 / 김현주

 

내 인생을 같이 살아와서

처음만큼 하얗지도 못하고 까매졌지만

인간적인 냄새를 풍긴다.

책장마다 설레임보단

친숙함에 그리움에

손이 빨라진다.

 

 

 

다이어트 / 남승화

 

내 모습 부끄러워 캄캄한 밤

항상 같은 길을 달린다

무서운 바람 가로지르며

항상 같은 길을 달린다

 

나는 안다

곧 밝아질 거라는 것을

저 멀리 혼자 빛나는 놀이터처럼

나는 이제 걷는다

 

 

 

 

 

 

책 / 박찬주 (우수)

 

이 작은 새는 나에게 알려주겠지

 

자신의 날개를 망쳐가며

자신의 날개를 더럽히며

 

처음 간신히 한번 퍼덕이더니

어느새 날 수 있을 만큼 퍼덕이는 구나

 

그 모든 날갯짓이 끝날 때

우리도 훨훨 날 수 있을까

 

그 늙은 새는 나에게 말해주겠지

 

 

 

 

 

주름살 / 정서익(우수)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주름살이 쭈글쭈글하다. 흔한 주름살인 것 같지만

어디선가 많이 보았다. 분명 어디서 보았다. 어디서 보았을까

이마 주름이 생긴다. 한 줄, 두 줄, 세 줄

아, 엊그제 밭에 갔다 오신 할머니의 손, 그 주름이다.

고난과 역경, 시련의 흔적이었던 그 주름

 

 

 

    

벙어리 / 임지연

 

소곤소곤 봄바람처럼

들려오는 말소리 대신

타닥타닥 나를

건드려 오는 소리만

들려온다.

 

 

 

 

학교폭력 / 장수현

 

굳게 닫힌 문은 슬픔과 고통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굳게 닫힌 입은 고독과 외로움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

 

상처 가득한 나의 사물함

아픔 가득한 나의 사물함

 

어느 따뜻한 열쇠가

나의 자물쇠를 풀어줄까...

 

 

 

허전함 / 정서익

 

고민과 걱정이 싫어 한 구석으로 꾹꾹 눌러 막아버렸다.

막고 난 후 남은 공간을 본다.

빈 공간이지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로 가득차버린 것 같다.

또 다른 걱정과 고민이 몰려온다.

 

 

 

 너와 내가 할 수 있는일 / 현명한

 

우린 닮은 것도 없어,

우린 항상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야 우리도 함께 할 수 있어,

모두에게 따뜻함을 전해 주는 거야.

 

 

 

 

 

 

출처 : 디카시 마니아
글쓴이 : 김영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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