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김영주
이끄는 손 없었어도 넘어야할 벽이었다
너를 딛고 서는 일에 내 전부를 다 걸었다
너 없인 나도 없었다
너는 내게 길이었다
흔하게 보는 담쟁이다.
묵객이 난을 친 것 같은 저 아름다운 그림 앞을
몇 번이나 스쳐 지나가면서 뭔가를 읽고 싶었는데 그날 나는 문득,
'너 없인 나도 없었다 너는 내게 길이었다' 를 읽는다.
소통이 아닌 단절의 벽, 울타리가
담쟁이에게는 살아가야할 길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너 없이' 바닥을 기어 살 수도 있겠지만,
담쟁이에게 벽이라는 길은 짓밟히고 뭉개지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전한 길이었다.
이 벽은 호의적인 멘토는 아니다.
손을 내 준 적도 없고 따뜻한 격려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벽에 뿌리를 뻗고 기어오른다.
때때로 우리는 자기 앞에 버티고 선 장벽을 보고 무너지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그 장애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시련이 나를 키우는 것이다.
주고 받는 멘토도 있고,
따르고 싶지 않은 반면(反面)의 멘토도 있고,
나 혼자 모델을 삼아 바라보기만 하는 멘토도 있으니까.
제목에서 많이 고심했다.
이게 디카시가 아니라면 다른 제목을 붙였어야한다.
시와 사진을 따로따로 보았을 때는 불완전한 의미였다가
둘이 하나로 만났을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 이미지를 전달한다.
디카시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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