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연필 / 권오삼

꿍이와 엄지검지 2014. 11. 12. 08:44

 

 

연필

 

권오삼

 

연필은 언제나

뼈로 글씨를 쓴다

볼펜처럼

머리로 잉크똥 흘리며

미끄럽게 술술 쓸 수 없어

뼈로 글씨를 쓴다

닳으면 닳는 대로

부러지면 부러지는 대로

다시 뼈끝이 뽀족해질 때까지

정신이 뽀족해질 때까지

칼날에 사정없이 깎이는

아픔을 견디면서 언제나

뼈로 글씨를 쓴다

그것이 마치

자기의 할 일인 양

보람인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