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기획특집 - 나의 시조 탄생 배경
퍼즐은 언제나 기억의 저편과 연결되어 있다
김영주
1.
다 늦게 '시를 쓰는 사람' 이 됐다. 때때로 나는 내가 어쩌다가 이 나이에 시를 쓰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다가
시라도 쓰지 않았다면 그럼 나는 뭘 했을까, 에 생각이 미친다.
2.
시를 쓰느라 마음이 바쁘고 초조한 적은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한 조각의 퍼즐을 소중한 인연처럼 집어들고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본다.
그런 기억의 파편들을 고물처럼 모아놓는다.
3.
시가 안돼서, 시상을 찾아서, 바다나 숲을 찾아 여행을 해본 일도 없다.
내 시의 '꺼리'는 내 곁의 아주 사소한 것들 속에서 저 좀 보아달라며 눈 마주치길 기다리고 있다.
불쑥불쑥 솟구치는 서러움, 근원적인 고통에 빠져들 때면 예수가 왜 십자가에 못 박혔는지,
부처는 왜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갔는지, 까지 가 있곤 하는데 그럴 땐 그 우울한 프리즘을 통해 가만히 밖을 내다본다.
4.
시를 쓰기 위해 정색을 하고 앉아본 기억도 없다.
내게 시를 위한 시간은 그저 자투리 시간뿐이므로 틈틈이 수십 번, 혹은 수백 번 들여다 본 후에야 겨우 하나,
내 것으로 가질 수가 있다. 혹 가다가, 빼고 보탤 것 없이 한 번에 완성되는 그런 신통한 놈이 나올 때도 있다.
5.
완성된 퍼즐을 바깥에 내보낸다.
설레거나 두근거리는 대신 어린 딸아이의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아주고 초등학교에 보내는 마음이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대견한 쓸데없는 너그러움은 글쓰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경계해야할 태도라고 이론서에 쓰여있다.
6.
외면당한 눈물에 내 눈물을 얹는다. 블루는 전염이 잘 되는 색깔이다.
세월을 집어삼킨 바닷물이 시퍼렇게 시치미를 뗀다. (2014. 4. 16.)
그 속에서 흐느끼는 목소리도 파랗게 질려있다.
7.
하루종일 볕이 들지 않는 오래된 연립주택 베란다 밑, 반경 1미터 반의 축축한 땅이 우주의 전부인,
늙은 개의 눈망울에서 살아있는 목숨의 지루함을, 읽는다. 내가 개가 된 듯 아프다.
8.
'니들 시러' 그들의 정직함을 표절하고 싶다. '아, 나도 정말 니들 시러... 시러...'
경기도 수원 생, 2009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미안하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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