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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율격에 대하여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5. 6. 23. 23:47

시조의 율격에 대하여

 

김영주

 

현대시조에 있어서 시조의 음보는 잣수의 개념보다

한 모라 (mora-시간적 길이를 지닌 음의 분절 단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거슬러 가면 현대시조 뿐 아니라 고시조에서도

종장의 과음보는 다섯 자에서 아홉 자까지도 허용하였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가마귀 / 검다하고 / 백로야 / 웃지마라(3.4.3.4.)

겉이 / 검은 들 / 속조차 / 검을소냐(2.3.3.4.)

아마도 / 겉 희고 속 검은 이는(3.8)

너뿐인가 / 하노라

- 이직

 

2)

인생이 / 둘가 셋가 / 이 몸이 / 네 다섯가

빌어온 / 인생이 / 꿈의 몸 / 가지고서

평생에 / 싸울 일만 하고 (3.6)

언제 / 놀려하나니 (2.5)

- 미상

 

3)

청초 / 우거진 골에 / 자난다 / 누웠난다

홍안을 / 어듸 두고 / 백골만 / 묻혔난다

잔 잡고 / 권할 이 없으니(3.6)

그를 / 슬허하노라(2. 5)

- 임제(1549~1587) 

 

구(句)안의 음량을 음보로 정한 것을 알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어져 / 내일이야 / 그릴 줄을 / 모르더냐(2.4.4.4.)

이시랴 / 하더면 / 가랴마는 / 제 구태여(3.3.4.4.)

보내고 / 그리는 정은 / 나도 / 몰라 하노라

- 황진이

 

천부지재하니 / 만물의 / 부모로다 -> (6.3.4) 이나 (2.4.3.4.)로 이해하지요

부생모육하니 / 이 내의 / 천지로다 -> (6.3.4) 이나 이것도 (2.4.3.4)로 이해하지요

(이럴 경우에는 4자 단어이지만

천부 지재하니로, 부생 모육하니로 띄어 써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천지 / 저 천지 즈음에 (3.6)

늙을 뉘를 / 모로리라(4.4)

- 이정환(1613~1673)

 

또, 종장의 과음보에 대한 예로는

 

동짓달 / 기나긴 밤을 / 한허리를 / 둘려 내여 (3.5.4.4)

춘풍 / 이불 아래 / 서리서리 / 넣었다가(2.4.4.4)

어룬님 / 오신 날 밤이여드란 (3.8)

구뷔구뷔 / 펴리라

- 황진이 

 

하물며 / 어약연비 운영천광이야 (3.10자입니다)

어늬 / 그지 있으랴(2.5)

- 이황, 춘풍에 화만산 하고 

 

아희야 / 박주산채일망정 (3.7)

없다 말고 / 내어라

- 한호, 짚 방석 내지마라

 

저 물이 / 거스리 흐르과저 (3.7)

나두 울어 / 보내리라 (4.4)

- 원호, 간밤에 우던 여흘

 

평생에 / 악된 일 아니하면(3.7)

자연 위선 하리라

- 작자미상, 선으로 패한 일 보며

 

이렇듯 시조의 정형율은

3.4.3.4./ 3.4.3.4./ 3.5.4.3 이 기본이겠으나

고시조를 분석해 본 결과 이러한

기본 정형율을 정확하게 지킨 것은 학자들에 의해

4%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한 자가 더 하거나 빠져도 시조의 정형율로 문제 삼지 않는 것입니다.

 

시조는 정형시이므로 잣수를 충실히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너무 얽매여서 읽는데 부자연스럽거나

작자가 의도한 내용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글자수에 여유를 주는 것이

독자에게 시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조를 짓기 어렵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까닭이 정형의 틀을 맞추기가 어려워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시조를 널리 보급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오히려 그 정확한 규격이 오히려 족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조를 지켜야하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시조의 틀을 깨서는 안됩니다.

너무 멋을 부려 파격을 보이는 시조도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로 잰듯한 정확한 율격을 위해 

불필요한 조사를 넣거나 꼭 필요한 단어를 축약한다면

조에 대한 편견을 독자에게 심어주어

읽혀보지도 못한 채 외면당한다면 시조를 쓰는 의미가 없겠지요. 

 

같은 상품이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끌어 당길 수 있습니다.

그것을 시조에 있어서는 행갈이의 묘미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행을 가른다고 해서 시조의 정형이 흐트러지는 것도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되겠지요.

 

<만종>을 보겠습니다.

 

만종

 

 

 

 

 

김영주

      

      한적한 시골시장 오래 된 묵밥집에 - 3 4 3 4

백발의 할매 할배 나란히 앉아 있다 - 3 4 3 4

둥그런 엉덩이의자에 - 3 6* 

메뉴도 한가지뿐 - 3* 4*

 

 

 

 

 

반 그릇도 남을 양을 한 그릇 씩 놓고 앉아 - 4* 4 4* 4

한 술을 덜어주려 - 3 4

반 술은 흘려가며 - 3 4

간간이 마주보면서 파아 하고 웃는다 - 3 5 4 3

 

 

 

 

해는 무장무장 기울어만 가는데 - 2* 4 4* 3*

최후의 만찬 같은 이승의 저녁 한 끼 - 3 4 3 4

식탁 밑 꼭 쥔 두 손이  - 3 5

풀잎처럼 떨고 있다 - 4 4*

 

*표시한 곳은 한 자가 많던가 한 자가 적습니다.

그렇더라도 앞에 예문을 든 고시조보다도 정격입니다.

 

저는 제 편의대로

한 어절을 ->한 마디로

1모라를 -> 한 박자로 인식합니다.

 

첫 수의 종장에

 

둥그런 / 엉덩이 의자에

메뉴도 / 한 가지뿐

 

은,

한 마디 안에

둥그런 이 세 박자, 엉덩이 의자에 를 다섯박자로 연주해야 하므로

엉덩이 의자에 를 4분음표 다섯개의 길이로 나누어 읽는 거죠.

V  V  V  V  V

 

음표 여섯개를 다섯박자로 나누어 읽으려면 자연히 빨리 읽겠지요.

한 글자가 한 박자가 못되게요.

 

다시,

셋째 수의

풀잎처럼 / 떨고 있다

에서 4 3이 되어야하는데 4 4 가 됐죠.

그러므로 떨고 있다는 음표 네 개를 세 박자로 연주해야합니다.

              V  V  V

 

해는 / 무장무장

은 3 4 가 돼야하는데 2 4가 되었으니

해는을 3박자가 되게 연주하려면 해느은 하고 이 길게 읽혀지게 되겠지요

VVV

 

*그러나 종장의 첫 음보는 반드시 세 글자여야 하고

둘째 음보는 다섯 글자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것만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켜져야 시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