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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 가는 길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5. 7. 10. 08:55

사진관 가는 길

 

김영주

 

서랍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꺼내 봐요

할머니 고우시네요, 사진사가 그랬다죠

울 엄마 기분 좋았겠네

말없이 웃으셨죠

 

돋보기 코에 얹고 돌아앉은 얇은 등

사진 속 당신 얼굴 보고 또 쓰다듬고

다 늙어 곱기는 뭐가

혼잣말을 하셨죠

 

사진관 가시면서 무슨 생각하셨을까

깨질 듯 부신 하늘 코끝 찡 하셨을까

젖은 듯 웃는 얼굴이

흔들리네요 자꾸만

 

나도 곧 어머니처럼 카메라 앞에 앉겠지요

할머니 고우시네요, 젊은 사진사 농을 하구요

두고 갈 사진이에요

아마 나도 그러겠지요

 

 

1959년 경기도 수원 생. 2009<<유심>> 으로 등단.

2012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으로 시집 미안하다, 을 냄.

이 시집은 <2012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시집>이 되기도 함.

2015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으로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 작가회의, 경기민예총, 디카시연구소 운영위원으로 활동.

대학도서관에서 7년 근무하고 육아 10년 후, 학교 도서관에서 15년 째 일하고 있다.


 

시인의 말

 

어머니의 병이 깊어서야 나는 어머니 곁으로 갈 수 있었다. 물 한 모금 넘기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는 출가외인이 된 막둥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꿈 아니냐묻고 또 물으셨다.

어머니 곁으로 돌아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던 날 어머니는 기어이 호흡을 놓으셨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수의를 꺼내 볼 때만 해도 모든 것이 곧 지나갈 아득한 꿈만 같았는데, 까실한 베옷을 입고 누워계신 어머니의 차가운 손은 아무리 주물러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영안실 벽에 기댄 까만 액자 속 어머니만 혼자 쓸쓸히 웃고 계셨다. 저 고운 미소를 두고 가시려고 유난히도 하늘 푸르렀을 그날, 어머닌 혼자 사진관 가는 길을 나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