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
-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죽음
김영주
그녀가 떠나갔다
눈부시게 창백한 벽
열여섯 솜털 고운 환향한 들꽃 한 묶음
연다홍 숙고사댕기 야윈 목에 드리우고
한 마디 짧은 언질 어디에도 없었다
커튼이 흐느끼면 저도 따라 말라갔다
곤곤한 그녀의 시취만 눈물겹게 향긋했다
뜨겁던 피 말리는 일 거짓없이 기꺼웠을까
그녀가 떠난 자리 선혈같은
꽃잎,
꽃잎,
부서진 마른 눈물만 바닥에 흥건하다
<<오늘의시조>> 2015 연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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