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김영주
어머니 떠나시기 일주일쯤 전인가요
소풍처럼 즐겁게 목욕을 갔드랬죠
한사코 마다하시는 어머니를 업고요
곡기(穀氣)를 끊으신지 얼마나 되었는지
어머니 업은 등이 빈 등처럼 허전해서
목욕탕 가는 길 내내 뒤만 자꾸 보았네요
순하게 몸을 맡긴 모타리 작은 우리 엄마
단발머리 호호 늙어 파꽃처럼 웃던 엄마
꿈 같은 그날의 채비가
마지막이 될 줄은요
오늘도 그날처럼 목욕탕 거울 앞에서
좋아라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네요
나는 또 수도꼭지를
크게 틀어 놓습니다
<<서정과현실>> 2016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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