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목욕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6. 5. 2. 12:04

 

 

목욕

 

 

김영주

 

어머니 떠나시기 일주일쯤 전인가요

소풍처럼 즐겁게 목욕을 갔드랬죠

한사코 마다하시는 어머니를 업고요

 

곡기(穀氣)를 끊으신지 얼마나 되었는지

어머니 업은 등이 빈 등처럼 허전해서

목욕탕 가는 길 내내 뒤만 자꾸 보았네요

 

순하게 몸을 맡긴 모타리 작은 우리 엄마

단발머리 호호 늙어 파꽃처럼 웃던 엄마

꿈 같은 그날의 채비가

마지막이 될 줄은요

 

오늘도 그날처럼 목욕탕 거울 앞에서

좋아라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네요

 

나는 또 수도꼭지를

크게 틀어 놓습니다

 

 

<<서정과현실>> 2016년 상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