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푸른 날
김영주
"똥 퍼 똥!"
해야지만 똥 푸는 맛이 났다 통만 해도 무거운데 오욕칠정을 차지게 담아 지게가 출렁일 때마다 좁은 고샅도 출렁였다
딸네 온 친정엄니 눈저울을 치켜들면 탈 없던 똥지게꾼 심술 불뚝 도지곤 해 만만한 남의 채마밭에 홱-끼얹고 화를 푼다
먹고 사는 일만큼이나 비우는 일 만만찮아 땅꾼도 나랏님도 똥 안 푸곤 못 살았으니 밥 앞엔 높고 낮아도 똥 앞에선 다 같았다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 되던 시절 곰삭은 거름구덕에 발이 종종 빠졌지만 우리는 망아지처럼 코를 쥐며 뛰놀았다
무논의 웅덩이엔 올챙이 버들붕어 푸새밭 주변에는 메뚜기 왕잠자리 하늘은 높고 파랬다 우리는 쑥쑥 자랐다 |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김 영 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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