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늘도 여행을 떠나는가
김영주
혼자 떠난 여행에서 돌아오는 저녁은
새로 또 어디론가 여행을 준비한다
떠나고 돌아오지만
끝나지 않을 여행이다
나 없는 빈 방에서 저희끼리 밤을 샜을
벗어놓은 옷가지와
꺼지지 않은 노트북
간간이 페이지 넘기며 이야기 구순하다
잘 못 걸린 전화벨이 두어 번 울었겠다
울타리 없는 앞마당 물 마른 수돗가엔
배고픈 길고양이가
다 ‧ 녀 ‧ 갔 ‧ 다
쓰였다
가방도 못 챙기고 먼 길 가야 하는 날
그 날을 생각하면 내 몸 너무 무겁다
꼭 하나 가지고 갈 것
고르지를 못 하겠다
못다 쓴 이야기는 무어라 변명할까
몇 장 남지않은 창백한 A4 용지
묶을까
찢어버릴까
그 일이 늘 숙제다
- <<시와문화>> 201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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