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우다
김영주
한밤중 섬에 갇혀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철창 같은 주소록에 내가 가둔 인연들
하나 둘 거둬들인 게 옴니암니 수백 개
낯익은 번호에는 전화 걸 일이 없고
낯선 번호에선 전화 올 일이 없다
몰래한 사랑만 같아 쓴 웃음이 나온다
한 번의 통기도 없이 또 한 해를 넘기는
무고한 이름들이 까닭 없이 무겁다
지운다 죄 없는 번호를 이제 그만 놓아준다
<<시조 21>> 2018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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