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나의 시

마디가 큰다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9. 1. 8. 21:49




마디가 큰다

                                  

김 영 주

 

마디와 마디 사이 비움을 채우고 산다

텅 빈 가슴에도 뜨거운 피는 돌아

나무는 비워도 채워도

마디마디 아프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나무의 어린 뿌리는

견뎌낼 만큼의 마디부터 만들었다

살아갈 제 삶의 무게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

 

소리 없이 우는 법을 나무는 알지만

속없이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제 키를 마디 없이는

버틸 수가 없었단다

 

나무는 죽기 위해 단한번 꽃을 피운다

맺을 거 더러 맺고 비울 거 다 비웠다며

뼈 아픈 고통을 안고

마디가 큰다.


<<시조시학>>  201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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