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가 큰다
김 영 주
마디와 마디 사이 비움을 채우고 산다
텅 빈 가슴에도 뜨거운 피는 돌아
나무는 비워도 채워도
마디마디 아프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나무의 어린 뿌리는
견뎌낼 만큼의 마디부터 만들었다
살아갈 제 삶의 무게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
소리 없이 우는 법을 나무는 알지만
속없이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제 키를 마디 없이는
버틸 수가 없었단다
나무는 죽기 위해 단한번 꽃을 피운다
맺을 거 더러 맺고 비울 거 다 비웠다며
뼈 아픈 고통을 안고
마디가 큰다.
<<시조시학>> 201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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