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나의 시

편도(片道)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9. 4. 12. 14:11

 

 

 

 

 

 

 

 

 

 

 

편도(片道)

 

 

김 영 주

 

고등동집 앞마당 수수꽃다리 그늘 아래

비바람에 삭아져 다리 저는 평상에 앉아

누구를 기다리실까 먼 산 보시는 어머니

 

뜰을 지나 담장 너머 그 너머 또 그 어디쯤

적적히 걸어가실 뒷모습을 보시는지

갈길이 믿기지 않아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청마루에 엎디어 걸레질하던 나는

어머니 뒷모습만 숨죽여 훔쳐보다

눈물로 흥건해지는 바닥만 자꾸 문지르다

 

모시고 가지도 못할 아득히 먼 여행길

편도 차표 한 장 어머니께 끊어드리고

어머니 앉아가신 자리에

어머니처럼 앉아 있다

 

 

 

 

라일락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해마다 봄은 꼭 오지않을 것처럼 오는데

내 봄은 개나리도 벚꽃도 아닌,

라일락으로 부터 오는 것 같다.

 

 

비바람에 삭아져 다리저는 평상은

어머니를 앞서 간 아들이 심어놓은 라일락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그 평상에 앉아 어머니가 기다린 것은

오지 않을 아들...

오지 않으니

올 수 없으니

그렇게 라일락 향기 따라 가신 엄니

라일락 향기가 꽃잎처럼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