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片道)
김 영 주
고등동집 앞마당 수수꽃다리 그늘 아래
비바람에 삭아져 다리 저는 평상에 앉아
누구를 기다리실까 먼 산 보시는 어머니
뜰을 지나 담장 너머 그 너머 또 그 어디쯤
적적히 걸어가실 뒷모습을 보시는지
갈길이 믿기지 않아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청마루에 엎디어 걸레질하던 나는
어머니 뒷모습만 숨죽여 훔쳐보다
눈물로 흥건해지는 바닥만 자꾸 문지르다
모시고 가지도 못할 아득히 먼 여행길
편도 차표 한 장 어머니께 끊어드리고
어머니 앉아가신 자리에
어머니처럼 앉아 있다
라일락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해마다 봄은 꼭 오지않을 것처럼 오는데
내 봄은 개나리도 벚꽃도 아닌,
라일락으로 부터 오는 것 같다.
비바람에 삭아져 다리저는 평상은
어머니를 앞서 간 아들이 심어놓은 라일락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그 평상에 앉아 어머니가 기다린 것은
오지 않을 아들...
오지 않으니
올 수 없으니
그렇게 라일락 향기 따라 가신 엄니
라일락 향기가 꽃잎처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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