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죄 그 위에는 살아온 죄가 있다
이렇게 땅이 넓고 하늘 또 높고 푸른데
사는 걸 잘못 살아서 오늘도 죽은 듯이
눈 감고 별을 센 죄 죽다가 살아난 죄
꿈꾼 죄 그리워한 죄 살면서 실패한 죄
사랑한 그 죄 밖에는 더 할 죄 또 있을까
밥값을 못했는데 이름값 구한 적 있고
얼굴값 자릿값 찾아 꼴깞 떤 죄가 있어
내 청춘 춘풍낙엽에 일모작 농사 서릿발 친다
나무에 옹이진 것 함부로 탓하지 마라
내 한생 이별도 많아 생채기 난 꽃이다
아직도 살아갈 죄가 시퍼렇게 눈을 뜬다
제빵사 문씨가 따뜻한 빵을 구울 때
된다고 말하세요
이 세상 무엇이든
맛이든 모양이든 입맛으로 구워주세요
증오와 보복이없는 우리들 성찬으로요
정치적 레토릭은 되도록 금하시되
반목과 모순의 뼈도 절대로 섞지 마시고
사랑과 용서의 살로 고명을 넣어주세요
우리들
너무 오래 짓밟히며 살았잖아요
혁명은 정말 싫어요 빛도 향도 없었거든요
초심을 잃지 마세요, 이 촛불 너무 어두워요
명창과 고수
오늘도 할부지가
가현이 이놈, 하고 부르면
그때마다 메아리가 할부지 이놈, 외치며
장구와 북으로 앉아 너는 명창 나는 고수가 된다
살다가 까무라쳐도 이런 욕 한 그릇 먹고
아무리 배불러도 남 줄 것 하나도 없다
콩주먹 꼭 말아쥐고
알밤도 먹여다오
입술을 쫑긋 오므려 대노하듯 일갈을 놓고
망경산 뻐꾸기 울음 비봉산이 받아넘기며
신구식 떼창을 놓는
가현이 이놈 ... 할부지 이놈
<<컵밥 3000 오디세이아>> 최영효, 2018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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