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문득 아들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구수한 은빛 냄새가 일순간 건너왔다
모른 척 받아 먹어보는
이삼십 년 전 고뇌의 맛
김승진은 스잔을 무척 사랑했고
박혜성을 경아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내 못난 짝사랑의 결말은
연기처럼 매웠다
몽글몽글한 구름들은 그날처럼 고뇌 중이다
무슨 말 건넬까를 망설이는 부재중 말과
스무 살 이해한다는 속말이
문을 그냥 닫게 했다
봄꽃 청탁
1.
겨울 초입 봄에게 원고청탁 받았습니다
눈밭에서 꽃 피우는 내내, 방글방글 하겠습니다
어쩌면 인위적으로 키워내는 봄이래도
2.
당신 먼저 내게 와서 향기 가득 건네주시니
얼음 같은 마음 열고 공손하게 받습니다
이 천금(千金),
청탁금지법에도
안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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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색이 돌아왔다
얼음장 밑 사혈의 밤이 무척이나 길어지더니
열 손가락 마디마디 한 열흘을 찌르고서야
꽃피기 시작한 화단
죽다 다시 살아난 봄
사자(使者)를 돌려보낸다, 나약한 밤에 찾아오신
짧은 빛이 드리운 화란(禍亂)에도 희망은 있어
하하하, 나는 웃는다
그냥 보낼 수 없는 봄
잠시 잠깐 다녀가는 초롱꽃 등을 달고
가볍게 몸을 털고 영혼을 털어내며
독작의 광기를 키운다
오늘밤은 래퍼들처럼
<<혈색이 돌아왔다>> 임성구, 2019 시인동네 시인선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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