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
오승철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말
"셔?"
몸국
오승철
그래, 언제쯤에 내려놓을 거냐고?
그러네, 어느 사이 가을이 이만큼 깊네
불현듯
이파리 몇 장 덜렁대는 갈참나무
그래도 따라비오름 싸락눈 비치기 전
두말떼기 가마솥 같은
분화구 걸어놓고
가난한 가문잔치에 부조하듯 꽃불을 놓아
하산길 가스름식당
주린 별빛 따라들면
똥돼지 국물 속에 펄펄 끓는 고향바다
그마저 우려낸 몸국,
몸국이 되고 싶네
까딱 않는 그리움
오승철
어느 산간
어느 폐교
종소리
훔쳤는지
쇠잔등 굽은 오름
도라지꽃 한 송이
그리움
까딱 안 해도
쇠울음만 타는
가을
<<터무니 있다>> 푸른사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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