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목욕탕
정평림
소여물
가마솥에
물 한 지게 불 지피나
맨 알몸 땟국 위로
불기 치던 어머니 손
까치설
지새고 난 뒤
키 한 뼘씩 훌쩍 컸네
초파리
정평림
타고난 죄 밝힐 줄 몰라
숨어 사는 달인達人인가
짧은 생애,
긴 죄목으로
관을 쪼갠 부관참시剖棺斬屍
한 우주
생명과학이
칠성판에 누워 있네
뒤처진 수업
정평림
칠판 삼은 저 하늘에 밑줄이나 그어대고
이 지상 화선지엔 수묵화나 그려 넣나
삶터란 벽 없는 교실
교과과정 짜기 바쁜,
자고 나면 내달리는 초고속 수업이야
뭘 하나 꿍쳐놔도 내일이면 헛것일 뿐
손전화 창窓을 더듬다
돋보기 먼저 찾고 있어
낡은 틀 못 깬 사이 필수과목 늘어나고
책갈피 열 적마다 붉은 줄 투성이였지
눈 침침 어두운 오늘
과제 하나 익힐까?
<<유빙流氷의 바다>> 책만드는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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