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정평림 시인의 시집 <<유빙의 바다>>

꿍이와 엄지검지 2018. 12. 20. 15:38

 



간이 목욕탕


정평림


소여물


가마솥에


물 한 지게 불 지피나



맨 알몸 땟국 위로


불기 치던 어머니 손



까치설


지새고 난 뒤


키 한 뼘씩 훌쩍 컸네



초파리


정평림


타고난 죄 밝힐 줄 몰라


숨어 사는 달인達人인가


짧은 생애,


긴 죄목으로


관을 쪼갠 부관참시剖棺斬屍



한 우주


생명과학이


칠성판에 누워 있네



뒤처진 수업


정평림


칠판 삼은 저 하늘에 밑줄이나 그어대고

이 지상 화선지엔 수묵화나 그려 넣나


삶터란 벽 없는 교실

교과과정 짜기 바쁜,


자고 나면 내달리는 초고속 수업이야

뭘 하나 꿍쳐놔도 내일이면 헛것일 뿐


손전화 창을 더듬다

돋보기 먼저 찾고 있어


낡은 틀 못 깬 사이 필수과목 늘어나고

책갈피 열 적마다 붉은 줄 투성이였지


눈 침침 어두운 오늘

과제 하나 익힐까?



<<유빙流氷의 바다>>  책만드는집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