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장영심
담장 호박 넝쿨이 서너 송이 꽃을 물고
외갓집 초저녁의 별자리처럼 건너간다
텃밭과 마당의 경계 말끔히 지워진다
연못에 가라앉은 그림자 건지려는 듯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 슬쩍 내민다
웅크린 파문 몇 장이
활처럼 팽팽해진다
목탁
이꼴 저꼴 안 본다고 사람 꼴 안 본다고
세상만사 팽개치고 낙향한 어느 시인
동자승 머리통만한
목탁 하나 들였다
낙화
장영심
하늘 아래 처음으로 기도해 본 사람이면
봉정암 그 길 따라 오세암에 든 사람이면
부처도 흰옷 입은 부처 처음 본 사람이면
서귀포 돈내코의 꽃구슬나무 그 꽃같이
누군가의 그리움 파르스름 저 비구니들
그 앞에 고백만 같은 낙화 몇 잎 두고 간다
꽃무릇
장영심
그대 한 생각으로 가을이 왔습니다
아직도 뒤끝 남아 끝나지 않은 싸움질
이승과 저승의 경계 또 가을이 왔습니다
아버진 마실 가듯 세상을 떠나시고
몇 년 째 병원에서 삿대질하는 어머니
오늘은 섭섭한 볼에 꽃무릇이 왔습니다
<<자작자작 익는 겨울>> 고요아침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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