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장영심 시인의 시집 <<자작자작 익는 겨울>>

꿍이와 엄지검지 2018. 12. 20. 14:54





외갓집


장영심


담장 호박 넝쿨이 서너 송이 꽃을 물고

외갓집 초저녁의 별자리처럼 건너간다

텃밭과 마당의 경계 말끔히 지워진다


연못에 가라앉은 그림자 건지려는 듯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 슬쩍 내민다

웅크린 파문 몇 장이

활처럼 팽팽해진다



목탁


                                                장영심

 

 

                                                이꼴 저꼴 안 본다고 사람 꼴 안 본다고


세상만사 팽개치고 낙향한 어느 시인


동자승 머리통만한

목탁 하나 들였다



낙화


장영심


하늘 아래 처음으로 기도해 본 사람이면

봉정암 그 길 따라 오세암에 든 사람이면

부처도 흰옷 입은 부처 처음 본 사람이면


서귀포 돈내코의 꽃구슬나무 그 꽃같이

누군가의 그리움 파르스름 저 비구니들

그 앞에 고백만 같은 낙화 몇 잎 두고 간다



꽃무릇


장영심


그대 한 생각으로 가을이 왔습니다

아직도 뒤끝 남아 끝나지 않은 싸움질

이승과 저승의 경계 또 가을이 왔습니다


아버진 마실 가듯 세상을 떠나시고

몇 년 째 병원에서 삿대질하는 어머니

오늘은 섭섭한 볼에 꽃무릇이 왔습니다



<<자작자작 익는 겨울>>  고요아침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