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잠
박명숙
쪽잠을 자는 것은
쪽삶을 사는 것
잠이 자꾸 쪼개지면
삶도 그리 쪼개지나
살얼음
건너는 하룻밤을
잠자리마다 금이 가나
서너 시간 죽었다가
서너 시간 깨어보면
들고나는 잔 목숨이
처마를 잇대는 듯
절반쯤
열린 창문이
반쪽 달을 물고 있다
소한 대낮
박명숙
냇물은 배를 곯아 무명실처럼 틀어지고
볕살도 뼈만 남아 앙상한 소한 대낮
목울대 꼿꼿이 세운 고요 한 척 끓고 있다
가을 공양
박명숙
햇살의 꽁무니쯤
그늘의 정수리쯤
오지랖 벌리고서 받아 든 감나무잎
절반은 벌레 먹히고
절반은 물들었네
방문
박명숙
가난한 김 선생이 더 가난한 내게 와서
옆집 가난을 말하다 제 가난은 잊어버리고
한숨을 들이쉬더니 한번 웃고 돌아갔다
<<그늘의 문장>> 동학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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