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기을에 섬겨야 할 건
물드는 저 마음이다
붉은빛 노란빛
망설이는
감잎의 살갗
숨겨온 나의 과거가
찍혀 있을
줄이야!
나뭇잎 비문
김정숙
살아내기 위하여 바둥바둥하던 이
이슬 머금은 채로 흔들리다 반짝이다
낱낱이 백골 드러낸 나뭇잎을 보았다
떨어져서 수백 번 마르고 또 젖으며
잎맥과 잎맥 사이 관계 탈탈 털어도
살아서 내세울 것이 딱히 없는 갈음을
산다는 건 몸속으로 길을 내는 거란다
가로세로 막 얽힌 우여곡절의 저 사설
흙 위에 살포시 누운 빈칸들을 읽는다
밥이 되는 시
김정숙
자음 따로 모음 따로
뒹굴어도 삶이다
온몸에 흙물 적셔
시 쓰는 지렁이
콕 집어
참새가 물고
저녁상을 차린다
<<나뭇잎 비문>> 2019 책만드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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