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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시인의 시집 <<강물에 입술 한 잔>>

꿍이와 엄지검지 2020. 2. 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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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틈없이 재구성된 밤의 미학을 찾아

불면 대신

정기권 신청한 반골이다

신록들 애교스러운 콧소리에 녹아드는


애처도 아니라서 애첩도 아니라서 스무 살 분홍빛은 곧잘 파랑이 된다

갈겨쓴 한밤의 문체 역행하는 노을들


갯가의 몽돌처럼 새까맣게 울다가 물 빠진 낮은 음표 별빛 달빛 잘강대다

홀린듯 새벽이 오면 요절하는 너는 매혹!




벨벳찔레


이명숙


어때, 한잔할래요? 그냥 딱, 한 잔만요

아무 말 하지말고 눈만, 입만 맞춰요

새벽별 그늘 속으로 숨어드는 그때까지


볕살 고운 이 봄날 무심코 혼자라서

꿈꾸듯 명랑하게 흐느끼고 싶어서

첫사랑 바코드처럼 혼잣말로나 필 망정


몇 날 며칠 외진 길 가시밭길 와서는 신명은 고작 열흘 아무렇지 않은 척

이 세상 질투하면서 당신 두고 가면서




껍데기를 채록하다


이명숙


어느 미친 봄날에 너는 단종되었다

가벼운 듯 무거운 이별은 눈물 한 채

새빨간 거짓말처럼 피고 싶다고 피는 꼿


고독도 퇴고하면 시집 한 권 출판할까

노을 첩첩할수록 되작되작 추억질

끝장난 꽃 시절이야 꽃샘잎샘도 오타인 걸


당신 몸 벗어놓고 나는 품절되었다

억겁이랴 억겹이랴 과거와 미래 사이

뻥 뚫린 싱크홀 같은 내 마음속 사리 하나


<<강물에 입술 한 잔>>  고요아침,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