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지워지지 않는 노래 / 홍성란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1. 16. 09:54

허수아비 기우는 부여 어디 논두렁에
두 팔 벌려 욕심껏 둥그런 금을 긋고
이만큼 내 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지

그런 세월은 흘러 그만큼은 가지신 걸까
‘아주까리 선창’ 구슬픈 곡조에 담아
어머니 참아온 여든두 해 속말을 하는 거야

그만 하면 좋겠다 저 노래에 해 저물어
따라하고 싶지 않은 노래는 천리를 따라와
여기가 타향 부두라면 그 고향 어디일까

온다는 기별도 없이 기대어선 나달은 가고
둥그런 금 다시 긋지 않는 가뭇한 산비탈에
구절초 하얀 꽃무리도 시월바람에 휘는 목

 

             -홍성란,  <지워지지 않는 노래>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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