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기우는 부여 어디 논두렁에
두 팔 벌려 욕심껏 둥그런 금을 긋고
이만큼 내 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지
그런 세월은 흘러 그만큼은 가지신 걸까
‘아주까리 선창’ 구슬픈 곡조에 담아
어머니 참아온 여든두 해 속말을 하는 거야
그만 하면 좋겠다 저 노래에 해 저물어
따라하고 싶지 않은 노래는 천리를 따라와
여기가 타향 부두라면 그 고향 어디일까
온다는 기별도 없이 기대어선 나달은 가고
둥그런 금 다시 긋지 않는 가뭇한 산비탈에
구절초 하얀 꽃무리도 시월바람에 휘는 목
-홍성란, <지워지지 않는 노래>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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