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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 / 서정주 시작법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1. 21. 11:31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 / 서정주 시작법

 

김영주

 

"시를 쓰면 벌써 시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언어로 시라고 써놓은 것은

표현 이전의 직관적 감흥의 만분의 일도 못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입니다.

 

시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못한다는 것은 시의 내적 성숙의 부족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시를 처음 공부할 때 그 많던 감흥이

붓만 들면 해 뜬 뒤에 안개 사라지듯 사라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

.

.

이렇게 시작됩니다.

 

남들이 다 깨닫고 있는 것을 나는 새삼 깨닫는 거 같아 

반갑고 기쁜 마음 뒤로 늘 부끄럽습니다..

 


이 책은 현대인에게 거의 처음으로 소개되는 미당 서정주의 시창작론이랍니다.

서정주 특유의 문체와 고유한 시관으로

실천적이고 현장적인 강의를 담고 있습니다.

즉 서정주 시인다운 쉽고 간결한 문장 속에

 ‘미당 시작법’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의 감동은 이젠 보통이어선 안 되고,

전선을 흐르는 전류만큼한 무슨 감전시키는 힘이 없으면 안 되게 되었다”

(새로운 세기일수록 강렬한 감동의 시를),


“시는 짧고도 함축 있는 생명 그대로의 최초 발성이어야”

(시어는 생명 그대로의 최초 발성),


“시를 작파하고 신문이나 잡지사에 취직해서

그걸로 타이틀을 만들어 붙이는 편집부 기자가 되는 편이 낫다”

(시어는 표어가 아니다),


“애욕 많고 이빨 좋은 젊은 사람이여,

사과를 꼭 하나만 먹고 더 먹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보라”

(이미지를 포식하지 말라)

 

는 등의 미당만의 체험적 지침을 얻을 수 있는 실용적 시작법이

재미있는 소제목들과 함께 들어있습니다.

 

100여편의 초대된 시 끝에는 두세 문장의 쉽고 간결한

글에 대한 편저자의 감상이 짤막한 해설과 함께 곁들여져 있어

예문의 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해서 골라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본문 중에 우리와 가까이 계신

조오현, 이상국, 홍성란 선생님의 시가 예문으로 나와 있어서

길을 가다 반가운 분을 만난 것같은 마음에 다시 한 번 음미해봅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니

- 조오현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 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본문 16쪽

 

 

가난하다는 것은

-이상국

 

세사 어머이를 이렇게 패는 눔이 어딨너

 

돈 내놔, 나가면 될 거 아냐

 

연탄재 아무렇게나 버려진 좁은 골목 담벼락에다

아들이 어머니를 자꾸 밀어붙인다

 

― 차라리 날 잡아먹어라 이눔아

 

누가 아들을 떼어내다가 연탄재 위에 쓰러뜨렸는데

어머니가 얼른 그 머리를 감싸안았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높다라는 뜻입니다

                                       

                                     -본문 56쪽

 

  

애기메꽃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본문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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