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 되어가네요.
병점에 막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던 때 얘깁니다.
이야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 무시하고 그냥 구어체로 씁니다. ^^;;
Once upon a time..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
떡점 거리 어느 외진 마을 새 아파트로
한 여자와 세 남자가 새로 이사와 살고 있었습니다..
One day..
한 여자는 세 남자들 없는 사이에
집안 일 다 끝내놓구 혼자 목욕탕엘 갔지요.
가까운 집앞으루 말야요.
그때의 떡점(병점)거리에는
지금처럼 찜질방있는 고품격 대형 사우나장이 있는것이 아니라
70년대 엄마 손잡고 드나들던 목간통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유일하게..
요금도 3000원, 아 얼마나 착한 가격이었는지..
열심히~ 앞을 닦고 뒤도(손 닿는 데만) 닦고
구석구석 참 열심히 목간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 나오는 양이 션챦아지더라구요..
궁시렁궁시렁~ 술렁술렁~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물결처럼 번지나 싶더니 한 아줌마가
"불이 났대여~" 허구 지나가는 말처럼 하더라구요.
넘에집 얘기허듯이.
그런가부다~ 하구 있었지요.
응~ 불이 났는가보다..
전혀 심각한 분위기가 아니드라구요..
아니, 욕조안에 이렇게 물이 많은 데
불난다구 먼 대수랴~ 했지요.
있는 물루 불끄면 되지 하면서..
그런데 갑자기 물이 뚝! 끊기지 뭡니까..
그러면서 그 불이 보일러실에 났다는구먼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니까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어요.
보일러실이 꽝!!! 하구 터질까봐서 말이죠.
그 때 전 머리를 감고 트리트먼튼가 먼가를 머리에 바르고
비닐 캡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급한 마음이 드니까 일에 두서가 없어지더구먼요..
아줌마들도 앞뒤 없이 후닥닥 설치니까
나도 마음이 몹시 급해져서 튀어나가 옷장문을 여는데
덜덜덜 떨려서 이게 열려야 말이지요..
그날따라 평소에 잘 입지않는(살 빠졌을 때 한번씩 입는)
꽉 끼는 청바지를 입구 갔는데
물묻은 다리가 잘 들어가지질 않아 옷입는데 얼마나 애를 먹었던지..
한 쪽다리로 콩콩 토끼뜀을 뛰어슴다.. -_-;;
어쨋든 머리에 수건 한 장 뒤집어 쓰고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허겁지겁 튀어나오는데
벌써 소방차가 골목 입구에 꽉 껴있구
지하실에서는 연기가 풀~ 풀~ 새어나오구
한술 더떠서 이장님은 메가폰으로
"병점목욕탕에 소방차 못들어갑니다! 빨리 차빼세여!!" 하구 난린데
누가 또 하필 차도 못들어가게 막은거야~ 하고 보니
지하 주차장 입구에는 내 딱정벌레(마이 마튀즈~)가
참 면구스럽게 딱~ 엎뎌 있더군요.
목욕탕 앞에 죽~ 늘어 선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은
나를 동물원에서 도망쳐나온 코알라 쳐다보듯 하구 있구.. 쩝~
그래도 그 와중에
젤 먼저 튀어나온 사람이 누군줄 아세여?
.
.
접니다.~ ㅎㅎ..
야밤에 애들 학교운동장 열바퀴씩 뛴 실력발휘를 한거지요.
얼마나 놀랬는지 가슴은 둥당둥당 뛰면서 진정두 안되는데
웃음은 실실 나오더라구요.
어찌어찌 그 난국을 뚫고 나와 집에 도착할 무렵 즈음
오산에서부터 또 다른 소방차가 (그 땐 병점에 소방서두 없었슴다..)
한 대 더 애앵~ 하구 막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겠지요.
그래두 손에는 목욕 가방이 덜렁~ 들려있었는데
샴푸랑 린스랑 뭐 그런거는 다 내팽겨쳐두고 나왔드라구요..
목간 갔다오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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