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새아침을 위한 묵시록 / 손종호

꿍이와 엄지검지 2010. 4. 19. 09:46

새 아침을 위한 묵시록

 

손종호

 

강물이 푸르른 것은

하늘빛을 담을

가슴이 있기 때문입니다.

 

풀잎에 맺힌 그대의 이슬 같은 그리움과

바위틈을 비집고 일어서는

나의 작은 희망이 모여

한 줄기의 굳센 힘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것들은 언제나 맑아질 수 있습니다

고여 있는 것들이 내뿜는 권위와 부패의 냄새

미움과 분노의 흙탕물까지 잠재우면서

걸음을 멈추지 않는 소망은

어둠이 깊을수록 가슴 깊이 별을 품고 새로워집니다.

 

나뭇가지 흔들릴 때마다

뿌리는 더욱 강해지고

햇빛에 열병을 앓을 때에도

씨앗은 은밀히 여물어 가듯

세찬 여울목 돌 때마다

우리는 시련의 눈물을 흘리지만

영혼은 더욱 차고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한 물결이 지나면 새 물결이 오듯

굽이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이제 서로의 빛이 되어야합니다

 

장미꽃잎과 쓰레기 더미에도

아니 그대의 야윈 머리칼 끝에도

더함도 덜함도 없이 빛을 뿌리는

해를 닮은 어머니의 손길이 되어야합니다

 

한때 외로웠기에

빈 어깨를 감싸 줄 수 있는 숨결과

가난했었기에

지치고 메마른 손을 잡을 수 있는 넉넉한 힘으로

그대와 나

서로의 가슴을 서럽도록 부비면

우리는 어느새 한 물결로 출렁이는 것을.

 

강물이 푸르른 것은

우리의 꿈처럼

바다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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