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허망에 관하여 / 김남조

꿍이와 엄지검지 2010. 5. 5. 21:06

 

 

내 마음을 열

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주마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을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하는

이런 일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 김남조, <허망에 관하여> 전문  <<영혼과 가슴>>

 

 

 

 

 

 

 

'♡♡♡ >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징검돌 / 이승은  (0) 2010.06.09
줄포에서 / 이상국  (0) 2010.06.04
노루귀 / 공영해  (0) 2010.04.26
새아침을 위한 묵시록 / 손종호  (0) 2010.04.19
마라도에서 / 손종호  (0) 201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