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家系
박기섭
살던 이 떠나자
집도 따라 떠났다
녹슨 문고리에 家系마저 바스러지고
마음은 저무는 참대밭
나부끼는 눈발이다
함석문 바깥쪽을 자꾸 기웃거리더니
감나무 잔가지 몇 툭, 하고 부러진다
우물은 뚜껑이 삭은 채
군기침을 해 쌓고
헛간 시래기 줄에
굴뚝새라도 날아들었나
누가 뭐라는 듯 연신 부스럭거리다
뒤란의 마른 흙담을
몰래 뜯어 먹는 고요
헌신짝을 물고 뜯던 동네 개는 간데없고
괭이도 조선낫도 모지라지면 모지라질 뿐,
그 집에 살던 이 죽자
집도 따라 죽었다
- 시집 <달의 門下> 작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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