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회의에서 시행하는 2012년도
<오늘의 시조문학상> 및 <오늘의 시조시인상> 수상자에
이승은 시인, 김동인 시인이 선정되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의 시조시인상 후보 (등단 15년 미만 시인)중
우리 회원 김영주 시인이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아 최종심까지 올라갔습니다.
아래에 당선작품과 후보작품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시조시인상 후보작품
길의 지문--김동인
골목을 드나들던 발길이 뜸해지자
습관처럼 등을 기댄 몸과 맘도 멀어졌다
저물녘 시력 탓인지 희미해진 가로등
다짐도 그 믿음도 어느새 틀어져서
우리의 등걸잠은 문밖을 서성이고
몇 마디 흘린 말들만 맨발에 엉겨있다
언제나 일방통행 그렇게 너는 와서
내 텅 빈 저녁 한때 채우기도 하는 것을
길마다 낱낱의 시간 지문들이 찍혀있다
귀로의 시간--노영임
깡마른 바다갈매기 붉은 정강이가 저럴까
쟁여온 시간들은 골다공증으로 비워지고
살들은 오디빛으로 꾸덕꾸덕 말라간다
어머니, 어머니 몇 번을 소리쳐 부르자
민물 속 모시조개처럼 겨우 떠진 한 쪽 눈
한 생이 패각 안쪽에 헐겁게 담겨있다
짓무른 눈꺼풀 사이 축축하게 짠물 돌자
마지막 새겨 넣듯 빤히 올려다보실 때
나마저 빨려 들까봐 움켜쥔 손 뿌리친다
어깨 들썩거리며 바다로 기어가려 해도
모래알 해감하듯 그렁그렁 가래 소리뿐
병실은 어항 속처럼 지극히 고요하다
민달팽이 보법--박연옥
형형색색 불빛들이 서서히 빠져나간
깊은 잠 속으로 벌거숭이 집이 한 채
우거진 숲을 헤집고 좁은 길이 나 있다
덜 익은 낙과들이 입안에서 부서진다
습기 밴 외벽에다 눌러 적은 이름들
언제쯤 부랑아로 떠돈 이곳서 깨어날까
난간을 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고
느려진 속도만큼 잠적했던 시간들이
갓 헹군 햇살이 되어 연골처럼 푸르다
밀랍인형--서정택
온 가슴에 울음 고여 달빛 점점 깊은 날은
소소리 연잎만한 내 슬픔도 점차 짙은데
황 다한 성냥개비로 향 당길 수 있는지
나앉아 바람을 미는 쑥부쟁이 꽃잎 훑어
살 태운 아기자리에 던져 보는 짧은 이승
두 눈의 물을 퍼내도 아픔은 마르지 않네
어쩌자고 나 여기 젖은 발로 자주 와서
가는 향불 꺾인 날에 뒤꿈치를 드는지
네 생각 먼 녘 뿌 울어 아침노을 붉게 핀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임채성
남덕군,
아고리의 방엔 별이 뜨지 않아요
핏기 잃은 낯빛을 한 서귀포의 새벽도
누가 또 떠나갔는지 수평선만 붙안네요
지난밤엔
거품 문 게와 홰뿔 세운 황소가
이끼 낀 돌담 아래 파도소리로 울다 갔소
저들도 잠 못 이루는 아픔이 있나 봐요
겨울이 오고 있소,
냉기만 도는 바람
뜨거웠던 그대와 나의 여름을 뒤로 한 채
아득한 하늘을 향해 손 흔드는 억새들
부러워요,
나무판 속 저 새와 물고기가
하늘과 바닷길은 어디로나 열려있어
새처럼 물고기처럼 당신께로 가고 싶소
이제야 해가 떠요,
팔레트에 번지는 놀
코발트색 물결 너머 섶섬 앉힌 구도 위로
어침은 눈부신 낯빛 은박지에 풀고 있소
볼록렌즈--정희경
미세한 골목까지 초점을 맞춘다
자꾸만 흐려지는 시야를 핑계 삼아
더러는 타버리는 일
맹점에 닿아도
갈림기른 정녕 없다 돌아설 순 더욱 없다
직선으로 쏟아지는 빛 단 한 번의 꺾임으로
당신을 읽을 수 있는
퇴화하는 맑은 날
상현달--김영주
반쯤만 주려구요
그나마 무심히요
주고
받지
못 할까봐
빈 가슴만 휑할까봐
어쩌다 생각난 듯이 지나가는 말 처럼요?
나머지 반 조각은 시치미에 쓰려구요?
슬며시 가 젖어들면 먼 산 바라며
거듬거듬
보내고
눈물짓는 일
더는
더는
안 할래요
오늘의 시조문학상
넬라판타지아*
이 승 은
사북 혹은 태백 근처 가을이 지나간다
해는 아직 중천인데 반나마 접힌 낮달
서커먼 폐광의 산턱을 오래도록 핥는다
핥다가 힐끔 보는, 그 눈길에 거뭇해진
사뭇 까치발로 따라나선 산 그림자
부르면 애절히 들어줄 그리운 귀 있는듯이
*Nella Fantasia, 영화<The mission>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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