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시를 아십니까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2. 10. 11. 21:35

 

 

 

시를 아십니까

 

김영주

 

가진 것 다 흘리고 빈손이 되어서야8

명주실 같은 시심을 벗 삼아  빌미 삼아

시밭에 씨를 뿌렸다

더 늦기 전에 그러자고

 

내가 읽은 시집에선 향기가 났었는데

시를 쓰고 난 뒤부터 향기가 사라졌다

슬프다

시 쓰는 마음이 이래서야 쓰겠는가

 

시 따로

시인 따로 

타협할 일 너무 많다

시정詩情과 시정市井은 한 식솔인 모양인지

무거운 두레박으로 근심만 퍼올린다

 

         비워라 하면서도 스스로는 못비우는

         빛나는 말씀들이 허공에서 부서진다

         휑하니 구멍난 가슴 찬바람만 파고든다 

 

         <<시조세계>>  201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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