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아십니까
김영주
가진 것 다 흘리고 빈손이 되어서야8
명주실 같은 시심을 벗 삼아 빌미 삼아
시밭에 씨를 뿌렸다
더 늦기 전에 그러자고
내가 읽은 시집에선 향기가 났었는데
시를 쓰고 난 뒤부터 향기가 사라졌다
슬프다
시 쓰는 마음이 이래서야 쓰겠는가
시 따로
시인 따로
타협할 일 너무 많다
시정詩情과 시정市井은 한 식솔인 모양인지
무거운 두레박으로 근심만 퍼올린다
비워라 하면서도 스스로는 못비우는
빛나는 말씀들이 허공에서 부서진다
휑하니 구멍난 가슴 찬바람만 파고든다
<<시조세계>> 2012 가을호
'♡♡ > 발표연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미네집 / 김영주 (0) | 2012.11.29 |
---|---|
오랜 벗에게 / 김영주 (0) | 2012.10.11 |
스캔들공화국 - 한국의 누이 / 김영주 (0) | 2012.10.11 |
겨울이야기 / 김영주 (0) | 2012.10.11 |
어린 노을 / 김영주 (0) | 2012.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