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맨발 / 문태준

꿍이와 엄지검지 2013. 10. 11. 09:41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알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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