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뿌리
홍성운
작약 한 무더기 꽃피웠던 자리에
쓰다만 시처럼 마른 줄기 놓여 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겨울은 지나간다
하지만 너테진 흙, 한 삽을 뜨고 보라
뿌리는 겨우내 잠을 잔 게 아니다
목빛이 붉어지도록
봄의 길목 지켜 섰다
따져보면 인생사도 뿌리를 키우는 일
혈족의 수직 계보에 한 획을 더 얹으면
그것은 가문의 뿌리
선대를 잇는 거다
<<오래된 숯가마>> 푸른사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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