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달
- 동생
이종암
대구 가서 일곱 살 조카와 목욕탕엘 갔다
지 아비를 꼭 빼닮은 아이
맨살이 닿는
이 자리로 네가 건너오면 어떨까
어릴 적, 나 때문에
왼쪽 팔뚝에 초생달 모양으로 새겨진
네 상처 자국 환하게만 보여서
맨살의 아이 몸을 꼭 껴안는다
아버지 보고 싶냐, 원석아
예, 큰아빠도 우리 아빠 보고 싶어요?
목욕탕 나와 원석이도 나도 봤다
서쪽 하늘의 초생달
가만히 점점 더 크게 웃고 있는
또 가만히 울며 길 가는
갓 돌 지난 아이 달랑 놔두고 먼 데로
훌쩍 건너 가버린
<<몸꽃>> 애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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