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초생달 - 동생 / 이종암

꿍이와 엄지검지 2013. 8. 26. 14:38

 

 

 

초생달

- 동생

 

이종암

 

대구 가서 일곱 살 조카와 목욕탕엘 갔다

 

지 아비를 꼭 빼닮은 아이

맨살이 닿는

이 자리로 네가 건너오면 어떨까

어릴 적, 나 때문에

왼쪽 팔뚝에 초생달 모양으로 새겨진

네 상처 자국 환하게만 보여서

맨살의 아이 몸을 꼭 껴안는다

 

아버지 보고 싶냐, 원석아

예, 큰아빠도 우리 아빠 보고 싶어요?

 

목욕탕 나와 원석이도 나도 봤다

서쪽 하늘의 초생달

가만히 점점 더 크게 웃고 있는

또 가만히 울며 길 가는

갓 돌 지난 아이 달랑 놔두고 먼 데로

훌쩍 건너 가버린

 

 

<<몸꽃>> 애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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