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김영주
치매가 왔다네요 큰댁의 큰아주버님
파리도 낙상하는 백구두에 칼주름바지 젊어서 한자락하던 신사 중에 신사가요 턱받이에 고무줄바지 신바람이 났는데요 전말을 듣고 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박카스 요구르트 보따리보따리 싸들고요 아들이랑 양로원에 이발 봉사 가는데요 치맨지 저고린지 그 병 아닌 병이요 글쎄 하루에도 열 두번씩 딴세상을 오가더니만 경로당 할머니랑 사랑에 빠졌다는데요 치매면 어쩔 거고 아니면 또 어쩝니까 저렇게도 멀쩡하게 팔자 고치고 사는데요 잊고 사는 병이요 천형인 줄만 알았는데요 잊지 못하는 병보다야 백배 천배 낫더만요 그려그려 그만그만 좋은 거이 좋은 거라고 치매 수발들던 조강지처 노마나님
"내사 마, 이것도 복인갑다." 자글자글 웃네요
<<정형시학>> 2019 여름호, 5인 5색 사설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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